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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3.06.14 정신과 진료 기피 원인 ‘정신질환자 취업제한 법령’ 필요한가
작성자 위드유 등록일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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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러 국내 법령에 산재돼 있는 ‘정신질환자 취업제한’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신현영 의원실 주최로 '정신질환자 취업제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 신현영 의원실 주최로 '정신질환자 취업제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신현영 의원실이 주최하는 ‘정신질환자 취업제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6월 13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정신질환자 자격·면허 취득 제한제도 27개 개별법을 중심으로’라는 부제를 통해 각 법령의 정당성을 살피고자 했다.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개인의 정신질환 이력이 취업이나 삶에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보험 가입 거부나 취업 제한 법령이 정신건강의학과 전원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신현영 의원은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은 이러한 취업제한 법령 정비에서 시작된다. 오늘 토론회를 시작으로,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정신의학전문가, 정신질환당사자 등과 함께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해 법령 정비에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정신질환자 취업제도 개선을 위한 첫 번째 토론회라고 했다.
▲ 이번 토론회는 정신질환자 취업제도 개선을 위한 첫 번째 토론회라고 했다.

토론회는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각 패널이 돌아가면서 발제 겸 토론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먼저 국가인권위원회 이인영 조사관이 ‘정신장애인 자격·면허 취득 제한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발제로 문을 열었다.

국가가 관리하는 자격면허 취득에 있어서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절대적 결격 조항(일률적 제한), ▲상대적·적극적 결격조항(원칙적 제한, 예외적 허용), ▲상대적·소극적 결격 조항(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2018년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복지사 자격취득을 제한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인권위는 국무총리에게 27개 법률에 존재하는 정신장애인 자격·면허 취득 제한 관련 결격 조항이 폐지 또는 완화될 수 있도록 개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개선 현황을 보면 자격제한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기보다는 ‘정신질환자’ 용어 정의로 대체해 개정하거나 자격제도 폐지로 인한 법 개정에 그쳤다는 평가다. 인권위 권고 이후에도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의 채용을 제한하는 법령 개정이 잇따랐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2과 이인영 조사관
▲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2과 이인영 조사관

이인영 조사관은 “정신장애인 취업제한 법률은 국내법과 국제 인권 기준에 위반된다. 그럼에도 하나의 법률이 나오면서 계속 다른 법률이 개정되는 ‘확대 재생산’의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실효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삶을 위축시키는 법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영 조사관은 “이에 인권위는 정신장애인 자격·면허 취득 제한 관련 결격조항이 폐지 또는 완화돼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부득이하게 필요할 경우 전문의 1인이 아닌 다수의 심사위원의 심사절차에 따른 소명 및 청문절차 규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이만우 선임연구관은 법률전문가로서 해외의 법률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이만우 선임연구관은 “일본의 경우 성령(지침)으로 절대적 결격 조항을 폐지하고, 상대적 결격 조항에서 대상을 엄밀하게 규정하도록 했다. 또 자격이나 면허 등의 회복 규정을 명확히 규정하는 개념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만우 선임연구관은 “그러나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 때문에 상대적 결격 조항이 여전히 절대적 결격 조항처럼 운영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장애인차별해소법’에 의해 대처할 필요가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진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배진영 부연구소장의 발제도 맥락을 같이 했다. 특히 ‘장애를 사유로 하는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유엔 장애인인권관리협약 제12조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위반되는 법 개정은 불가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정신질환, 장애를 사유로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협약 위배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서화연 교수
▲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서화연 교수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서화연 교수는 인터넷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진행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제도적 불이익’이 사람들이 정신의학과 진료를 기피하는 제1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0대 청소년과 20~30대 준비생에서 제도적 불이익이 전체 키워드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일반 사람들의 인식에도 차별과 취업 제한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서화연 교수는 “전문의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상대적 결격 조항’의 경우 전문의라도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의사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현영 의원은 “정신건강의학회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의료계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의사단체와 협의체를 만들어 제도적 정비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동진 교수는 문제점에 공감하지만 실제적인 법 개정의 어려움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동진 교수는 “현재의 취업제한 법령이 명백하게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 일을 하다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내보낼 수 있는데, 그 전에 불확실하게 선별하는 것이 문제다. 이로 인해 정신의학과 치료내역을 남기지 않으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치료받을 권리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진 교수는 “문제는 마이너리티의 한계다. 법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상대적 소수이고, 취업 자격에 대해 개별적이고 체계적으로 심사하는 제도로 바꾸게 되면 사회적 자원을 많이 쓰게 된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전명숙 과장
▲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전명숙 과장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전명숙 과장은 “제도적인 것도 있지만, 사람들의 두려움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들었다. 2019년 정신질환자로 발생한 사건 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명숙 과장은 “하지만 현장에서 정신질환을 가지신 분들을 실제로 접할 때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조현병을 가진 아들을 위해 다니던 일을 그만두고 장애인사업장을 만든 아버지가 있다. 그분에 따르면 아들이 40~60%의 능률로 일을 잘 하고 있고, 약을 먹을 경우 상태가 좋아지기도 한다고 했다”고 했다.

전명숙 과장은 “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완치가 되지 않아도 지역사회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정신질환 인식개선을 위해 매년 홍보비용을 쓰고 있지만, 사업장에서 직접 그들을 만나보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경험상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가장 효과 있는 것은 장애인 활동지원이었다. 그런 이유로 오늘 논의가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논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발전된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고,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논의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출처 : 메디포뉴스 이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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